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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서비디언스 (Disobedience, 2017)리뷰/일상 2019. 2. 22. 23:01
디서비디언스 (Disobedience, 2017)
레이첼 와이즈 눈빛. 로닛은 대사가 많지 않아서 순간마다 클로즈업되는 표정들이 중요한데 그 검은 눈동자 안에 답답함, 질림, 두려움, 연민까지 전부 담아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헐리우드 배우인 레이첼 맥아담스의 연기 속 절제에서 감정의 폭발까지.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그녀가 선보인 연기의 묘미는 폭발 직전까지 아슬아슬한 그 느낌들과 폭발 이후에 그녀를 좀먹는 두려움에 대한 표현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주의) 결말을 놓고는 연기력을 낭비한 이도저도 아닌 허무한 결말이라는 평이 대다수로 보인다. 특히나 마지막까지 도비드에게 자유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대사들과, 마치 정말로 그러한 권한이 있던 듯 자유를 허락하는 도비드의 대사 때문에 '대체 왜 결혼한 여성의 자유를 남편에게 허락받아야 하는가'라는 너무나도 명백한 불합리함을 지적하게 만든다.
그러나 다만 자유에 대한 갈망의 첫 발걸음이 어떠한 우연의 일치도 아닌 오로지 그녀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나는 의의를 두고 싶다. 도비드가 장례식에서 허락을 말하는 외침을 보내지 않았더라도, 끝내 에스티는 떠났을 것이다. 로닛에게 아버지의 부고를 알린 것이 에스티니까. 그렇게 로닛을 다시 런던으로 불러들인 그 순간, 이미 에스티는 자유를 찾아가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로닛을 불렀고, 욕망을 드러냈고, 자유를 외쳤고, 가발을 벗어던졌다.
그러니 뉴욕으로 가지 못해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 결국 그녀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중인데. 가발을 벗어던지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의 짧은 머리에 그녀의 자유를 담아보고 싶다.
로닛과 에스티가 서로에게 보여준 것은 어쩌면 사랑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로닛은 연민을, 에스티는 욕망을 드러냈을 뿐. 로닛은 기폭제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확실한 것은 레이첼과 레이첼이 만나면 작품성은 두배가 아니라 몇곱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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